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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 [머니투데이] 2억여원 모인 '나영이 이사비'…따뜻한데 화나는 이유
  • 등록일  :  2020.10.13 조회수  :  21,735 첨부파일  : 
  • 결국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으고 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인 나영이 가족의 이사 비용 얘기다.



    조두순(68) 출소는 62일 남았다. 원래 살던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온다 했다. 그곳은 나영이 가족이 사는 곳과 거리가 불과 1km 남짓. 청천벽력 같은 얘기지만, 현행법도 정부도 국회도 이를 막지 못했다.



    피해자가 이사를 결정했다. 실은 그마저 불가능해 보였다. 나영이 가족은 기초 생활 수급자라 매달 30만원씩 받고, 나영이 어머니는 아픈 상황이라 했다. 은행 대출금까지 있단다. 그러니 진퇴양난이었다.



    나영이가 끔찍한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주치의로 도왔던,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회장(56)이 다시 나섰다. 지난달 23일부터 나영이 가족 이사 비용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12일 현재까지 모금액은 1억9400만원, 고맙게도 약 4000명의 시민이 기꺼이 모금에 참여했다. 나영이 가족을 최대한 돕기 위해 모금은 11월 30일까지 진행 된다.



    이는 전부 나영이 가족에게 전달된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나영이 아버님께 전액 다 드린다"며 "이사 지원금으론 어느 정도 충당이 됐고, 남은 금액은 생활비나 나영이 등록금으로 쓸 수 있게 도와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한 지원이 경제적 부분(40.4%, 지난해 법무부 연구용역 조사)이다. 지원 제도가 있으나 여전히 모르는 이들이 많다. 검찰청 피해자지원과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스마일센터 세 곳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 지원 항목도 취업 지원, 치료비, 간병비, 신변보호, 상담, 심리치료, 임시주거 등 다양하다.



    나영이 이사 모금 소식을 접한 대다수 시민들은 "따뜻하지만 화나는 일"이라 했다. 범죄 피해자로 고통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가해자로 인해 피해자가 이사가고, 심지어 그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는 거다.



    확인 결과, 범죄 피해자를 위한 이전 비용 지원은 제도는 있으나 여러 한계가 있었다.



    신두일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사무처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본인이 피해를 본 날로부터 기본 5년만 지원하게 돼 있다"고 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지난해 기준 약 956억원)이 한정돼 있어서다.



    그러나 이사 비용이 지원된다 해도 한계는 있다. 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원되는 이사 비용은 300만원 정도다. 신 사무처장은 "순수하게 이사 업체에 의뢰하는 비용만 지원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나영이 가족처럼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이 금액으론 이사할 엄두도 못 내게 된다.



    크게 다쳐 치료 기간이 긴 이도, 치료비가 많이 드는 이도 있지만 한계가 많다. 현행 제도상 1년간 지원되는 치료비는 최대 1500만원, 피해 발생 후 5년까지 5000만원이 지원되는 게 전부다.



    나영이 경우, 범죄 피해로 긴 수술을 두 번 해야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 지원 상한액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 때도 국민들이 모금을 통해 해결했었다.



    긴 시간이 지났으나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인간이 됐거나, 방화 사건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피해자들 경우 지원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 사무처장은 "센터 사례를 보면 10년 전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10년 차에 의식이 돌아오고 손발이 조금씩 움직이는 피해자가 있다"며 "그렇지만 간병비나 치료비 지원을 할 수 없다. 1년에 두 번 정도 생활 필수품을 보내드리는 정도"라고 했다.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예산도 적다. 지난해 기준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집행액 중 간접지원 사업비(피해자 지원 시설 등)는 739억여원에 달했으나, 직접지원 사업비(치료, 구조금, 의료비 등)는 223억여원에 불과했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가해자를 위한 법안은 많은데, 피해자를 위한 보호 활동은 잘 안 한다"며 "트라우마 치유 등 법안이 아직 미비한 게 많다"고 했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01215242655871&type=1